각하께서 주신 완장 - 글

용식아.

네가 양촌리를 떠난 후,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구나.

기억하느냐?

정현아저씨집에 완장 찬 셋.. 빼빼 마른놈, 이마에 점난 년, 뚱뚱한 털보가 들이닥쳐서 조쌍 여기있었군 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을.

하림이하고 대치하고 학도병이랍시고 전쟁터에 끌려가고, 여옥이.. 윤여옥.. 정신대.. 어딘지도 모르면서 완장 찬 놈들에게 끌려갔던 일을.

양락아버지가 술한잔 걸치고, 학래할아버지 완장차고 일본순사 나까무라랑 어울려다니던 이야기하다 학래아버지랑 대판 싸운 일을.

김씨어르신 젊었을적에 죽어가는 사람 집안에 들여서 돌봐준 적이 있는데, 어느날 완장 찬 놈들이 들이닥쳐서는 빨갱이 숨겨줬다고 잡아갈려고 했던 일을.

대치아버지는 아들이 빨치산이라고 완장 찬 이들에게 끌려갔었지. 아마 죽었을게야.

용식아.

사람으로 산다는것은 힘든 일이다.
그러나 쥐가 사람만 못하느니.

내가 널 찾아 서울에 갔을 때, 그것이 무어냐고 네게 물었지.
너는 그것을 각하께서 주신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.

그 완장이 그리도 가지고 싶었던 게냐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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